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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3

[시] 김광섭 - 시인 시 인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 아름팍 안아 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篇)에 2천원 아니면 3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天職)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노을에 가고 없다. ※ 1969년 5월 동아일보에 발표된 이 시는 시인을 노래한 4연으로 된 자유시다. 시인의 세계와 그 인생을 진지하게 보여주는 우수한 이 시의 주제는 영원히 사는 시인의 일생.. 2016. 11. 10.
[시] 김광섭 - 생의 감각 생의 감각 여명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었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르런 빛은 장마에 황야처럼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었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 1967년 '현대문학' 1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지은이가 고혈압으로 쓰러진 이후 일주일간의 무의식 혼돈 세계에서 깨어난 그 체험을 구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감각'은 생에 대한 자각, 곧 생의 부활을 표현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에는.. 2016. 11. 10.
[시] 김광섭 -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201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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