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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6

[시] 윤동주 - 서시(序詩)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하는 것은 맹자의 '仰不愧於天(앙불괴어천)'하는 도덕적 차원의 '부끄러움 없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바람이 별을 스치는 식민적 상황에서 오는 마음의 흔들림에 대한 단호한 거부의 몸짓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부끄럼 없기를'이란 그러한 의미에서의 양심의 선언이 아닐까.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아명(兒名)은 해환(海換). 북간도 동명촌 출생. 연희 전문학교 문과 졸업. 일본 리쿄오 대학 및 도오지사 대학에서 영.. 2017. 2. 17.
[시] 윤동주 - 십자가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鐘)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1941년 5월 13일에 지은 시로 부기된 이 시는 자기 희생의 이념을 표현한 작가의 대표적 작품으로, 작가의 순결정신과 속죄양의 시세계를 볼 수 있다. 이 시의 주제는 순절정신이다. 윤동주 (尹東柱 1917~1945) 아명(兒名)은 해환(海換). 북간도 동명촌 출생. 연희 전문학교 문과 졸업. 일본 리쿄오 대학 및 도오지사 대학.. 2017. 2. 17.
[시] 윤동주 - 자화상(自畵像) 자화상(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1939년에 창작된 시로 기록되어 있는 이 시의 경향은 지성적이고 상징적이며, 6연으로 짜여진 자유시다. 영상적 수법으로 자신을 조명하고 산문적 표현으로 시적 분위기를.. 2017. 2. 17.
[시]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가자. ※ 1941년 9월에 지은 시로 부기되어 잇는 이 시는 유학지인 서울(연전)에서 고향인 북간도 용정으로 돌아왔을 때 지은 시로 추정되며, 시의 경향은 지성적, 상징적이며 5연으로 되어 있다. 이 시에서 '또 다른 고향'은 조국일 것이고 '백골'은 죽음처럼 싸늘한 .. 2017. 2. 17.
[시] 윤동주 - 참회록(懺悔錄) 참회록(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이 시를 쓴 날짜는 1942.1.24로 부기되어 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쓴 마지막 작품이 된다. 시의 경향은 저항적, 상징적이며, 5연으로 된 이 시는 만24년 1개월의 자신.. 2017. 2. 17.
[시] 윤동주 -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 201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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