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어느 날 그녀 이름 적었더니
어느 날 백사장에 그녀 이름 적었더니,
파도가 밀려와서 지워 버렸네:
다시 한번 그 이름 적어봤지만,
물결은 밀려와 내 수고를 삼켜 버렸네.
그녀 말하길 "덧없는 나를 불멸케 할 양으로
그토록 공연히 애쓰는 부질없는 그대여;
나도 이 파도처럼 꺼지고,
내 이름 또한 그처럼 소멸하리라."
내 대답하길 "천만에. 천한 것들이야 죽어
흙이 된들 어떠랴마는 그대 이름 영원히 살아남으리;
나의 시(詩)는 그대의 귀한 덕을 영원케 하고,
하늘에 그대의 빛나는 이름 기록하리라:
죽음이 온세상을 정복할지라도,
우리의 사랑 하늘에 살고 생은 다시 새로워지리."
스펜서(Edmund Spenser, 1552 ~ 1599)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의 대표적 시인. 자유로운 운율, 다양한 용어, 청신한 내용 등을 다룬 그는 "시인 중의 시인"이라 일컬어졌다. 시집으로 '요정의 왕', '양치기의 달력' 등이 있다.
반응형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즈워드 - 녹빛 홍방울새 (0) | 2015.06.18 |
---|---|
롱사르 - 나의 혼에게 (0) | 2015.06.18 |
자코테 - 진혼곡(鎭魂曲) 중에서 (0) | 2015.05.29 |
로제티 - 인연 (0) | 2015.05.29 |
남현우 - 나 홀로 나무 (0) | 201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