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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by 소행성3B17 2016.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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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 이 시는 1939년에 발간된 '촛불'에 수록된 작품으로, 시의 경향은 전원적, 목가적이며 시의 형식은 산문체 자유시다. 표현의 특징으로서는 대화체 형식을 쓰고 있으며, 시의 리듬을 살리기 위한 조사적 표현이 인상적이며,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저원적 분위기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차분하게 표현 되었다.

  전원적 이상향을 동경하는 작가의 시세계를 단적으로 표현한 이 시의 주제는 순수한 자연에의 동경이라 하겠다.




  신석정(辛夕汀 1907~1974)

  본명은 석정(錫正). 전북 부안 출생. 중앙 불교 전문강원(專門講院)에서 수학. 광복 후 전주 고교, 전주 상고 등에서 교펀을 잡았고, 영생대(永生大), 전북대 등에 출강했음. '시문학(1930)' 3호부터 동인으로 참가하여 문단에 데뷔. 이후 전원적, 목가적인 많은 시를 발표하여 김동명, 김상용 등과 함께 3대 전원시인 중 제일인자가 됨. 시인 장만영은 그의 동서이며 시조시인 최승범은 사위로 시인 가족이다.

  시집에 '촛불(1939), '슬픈 목가(1947)', '빙하(冰河 1956)', '산의서곡(序曲 1967)', '대바람 소리(197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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