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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휘트먼 - 풀잎

by 소행성3B17 2018.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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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 잎



  한 아이가 두 손에 잔뜩 풀을 들고서 「풀은 무엇인가요?」하고 내게 묻는다.

  내 어찌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 아이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필연코 희망의 푸른 천으로 짜여진 내 천성의 깃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것은 주님의 손수건이나, 하느님이 일부러 떨어뜨린 향기로운 기념품일 터이고,

  소유자의 이름이 어느 구석에 적혀 있어, 우리가 보고서 「누구의 것」이라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추측하노니 ─ 풀은 그 자체가 어린아이, 식물에서 나온 어린아이일지 모른다.

  또한 그것은 모양이 한결같은 상형 문자일 테고 그것은 럽은 지역에서나 좁은 지역에서도 싹트고,

  흑인과 백인, 캐나다인, 버지니아인, 국회 의원, 검둥이,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주고 또한 받는다.

  또한 그것은 무덤에 돋아 있는 깎지 않은 아름다운 머리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너 부드러운 풀이여, 나 너를 고이 다루나니 너는 젊은이의 가슴에서 싹트는지 모를 일이요,

  내 만일 그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들을 사랑했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저면 너는 노인들이나, 생후에 곤 어머니들의 무릎에서 떼낸 갓난 아이에게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터,

  자, 그리고 여기에 그 어머니의 무릎이 있다.

  이 풀은 늙은 어머니들의 흰 머리로부터 나온 것 치고는 너무나도 검으니,

  노인의 빛 바랜 수염보다도 검고, 연분홍 입천장에서 나온 것으로 치더라도 너무나 검다.

  아, 나는 결국 그 숱한 발언들을 이해하나니,

  그 발언들이 아무런 뜻 없이 입천장에서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또한 알고 있는 것이다.

  젊어서 죽은 남녀에 관한 암시를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것뿐만 아니라,

  노인들과 어머니와 그리고 그들의 무릎에서 떼어 낸 갓난아이들에 관한 암시도 풀어냈으면 싶다.

  그 젊은이와 늙은이가 어떻게 되었다 생각하며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다 생각하는가.

  그들은 어딘가에 살아 잘 지내고 있을 터이고,

  아무리 작은 싹이라도 그것은 전정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표시해 주고 잇는 것일지니,

  만일에 죽음이 있다면 그것은 삶을 추진하는 것이지 종점에서 기다렸다가 삶을 붙잡는 것은 아니다.

  만물은 전진하고 밖으로 전진할 뿐 죽는 것은 없고, 죽음은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행복한 것이다.





  ※ 휘트먼의 나이 36세였던 1855년에 그는 개성적인 12편의 시를 수록한 조그만 책자 '풀잎'의 초판을 발행하였다. 이 책은 그의 위대한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흙에 뿌리를 내린 미국 문학의 위대한 선국적 작품이며, 이 시집이 전세계의 후대 문학자들에게 끼친 영향이 대단히 크다.






  월트 휘트먼 (Walt Whitman, 1819~1892)


  미국의 시인.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소학교를 중퇴한 채 온갖 일을 다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다가 후에 저널리즘에 관계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마차꾼, 노동자들과 사귀었는데 이런 곳에서 그의 평등주의는 길러졌던 것이다. 1853년경 에머슨의 저작을 읽고 그 영향을 받았으며 시를 써 나가다가 문제의 시집인 '풀잎'을 출판하였다. 남북전쟁 때는 그는 어느편의 부상병이든 다 간호를 하여 인도주의를 실천하였으며, 전후에는 공무원이 되었다가 병으로 사직하고, 캠든에서 만년을 보냈다. '풀잎'은 그의 철저한 개인주의 · 평등주의 · 우애 · 육체의 찬찬미, 낙천관 등 그의 다면적인 성격을 보여 주는 중요한 시집이며 한편 그 제재와 시형 및 운율 등에 있어서 미국시의 역사상 새로운 전통을 구축한 큰 의의를 갖는다.

  이상 시집 외에 그에게는 '풀잎' 초판의 서문과 '민주주의 전망'이라는 2개의 유명한 산문이 있는데, 전자는 눈을 뜬 미국의 뛰어난 서론이라 할 수 있으며, 후자는 남북전쟁 후의 복잡한 시대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기술한 문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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