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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타고르 - 나 혼자 만나러 가는 밤

by 소행성3B17 2018.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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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혼자 만나러 가는 밤



  약속한 곳으로 나 혼자서 가는 잠

  새들은 노래하지 않고

  자람은 전혀 불지 않고

  거리의 집들도 가만히 서 있을 따름

  내 발걸음만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나는 부끄러움으로, 발코니에 앉아

  그이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무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여울물조차

  잠에 빠진 보초의 총처럼 조용합니다.

  거칠게 뛰고 있는 것은 내 심장뿐

  ­― 어떻게 하면 진정 될까요.


  사랑하는 이 오시어, 내 곁에 앉으면

  내 온 몸은 마냥 떨리기만 하고

  내 눈은 감기고, 밤은 어두워집니다.

  바람이 촛불을 살풋이 꺼 버립니다.

  구름이 별을 가리며, 면사를 살짝 당깁니다.

  내 마음 속 보석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어떻게 그것을 감출 수 있으리까.


  




  ※ 이 시는 묵직한 표현과 침착하고 아름다움 그리고 동양적인 샌생관의 본질을 전해 주고 있다. 정신 내부의 움직임을 약간 모럴리스틱하고 예민스럽게 포착하여 현실의 자연 광경의 이미지 속에 그것을 던져 넣는 비유적 시법 때문이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861~1941)

  

  인도 뱅갈의 시인, 사상가. 전통적 문학, 종교와 가깝게 지냈으며, 혁신 사상가였던 부친의 영향도 받아 1877년에 처음으로 유럽에 가서부터 세계 각지를 역방하며 동서 문화융합에 노력하였다.

  뱅갈어로써 작품을 발표함과 동시에 영어책도 내어, 서정시 · 산문소설과 희곡에 문재를 발휘하다가 걸작 '기탄잘리'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만년에는 산티니케닽에 평화 학당을 설립하였으며, 또 비슈바라티 대학을 창립하여 젊은 이들의 교육에 힘썼다.

  작품으로서 시 '시인 이야기', '츠승달', '운명의 위기', 희곡 '발미키프리티바', '암실의 왕', '우체국', '타골 단편집', '앵무새 훈련'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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