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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타고르 - 바닷가에

by 소행성3B17 2018.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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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에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질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한바다로 떠보내는 아이,

  모두들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도 모르고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진주 캐고 상인들은 배 타고 오가지만,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질 뿐입니다.

  그들은 보물에도 욕심이 없고, 고기잡이할 줄도 모른답니다.


  바다는 깔깔대며 바서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죽음을 지닌 파도도 자장가 부르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하늘에 폭풍 일고, 물 위에 배는 엎어지며, 죽음이 배 위에

  있지만,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터입니다.




  ※ 타고르의 시는 동양적 예지의 세계를 영적인 필법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정평이 있다.

  이 시에도 역시 타고르의 그런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자연과 동화되는 천지스럽고 티없는 어린아이들, 곧 이른바 '자연 친화', 몰아 일체의 세계에서 바로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세계를 보는 것이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861~1941)

  

  인도 뱅갈의 시인, 사상가. 전통적 문학, 종교와 가깝게 지냈으며, 혁신 사상가였던 부친의 영향도 받아 1877년에 처음으로 유럽에 가서부터 세계 각지를 역방하며 동서 문화융합에 노력하였다.

  뱅갈어로써 작품을 발표함과 동시에 영어책도 내어, 서정시 · 산문소설과 희곡에 문재를 발휘하다가 걸작 '기탄잘리'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만년에는 산티니케닽에 평화 학당을 설립하였으며, 또 비슈바라티 대학을 창립하여 젊은 이들의 교육에 힘썼다.

  작품으로서 시 '시인 이야기', '츠승달', '운명의 위기', 희곡 '발미키프리티바', '암실의 왕', '우체국', '타골 단편집', '앵무새 훈련'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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