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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시] 보들레르 - 초상화

by 소행성3B17 2016.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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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우리를 위하여 활활 타오르던 불을

죽음과 병이 몽땅 재로 만드는구나.

그토록 뜨겁고 다정하던 커다란 두 눈에서.

내 마음 푹 잠기던 그 입술에서,


진통제처럼 강렬한 그 입맞춤에서,

햇살보다 더 격렬한 그 흥분에서,

지금 무엇이 남았는가? 두렵구나, 오 내 사랑!

한갓 창백한 3색 파스텔 소묘일 뿐.


나처럼 고독 속에 죽어가고.

심술궂은 노인 시간이 그 거칠은 날개로,

나날이 갈아 닳게 만드는 내 사랑아.


생명과 예술의 음흉한 살인자여,

너 나의 기억 속에서, 나의 기쁨이며

영광이었던 그녀를 결코 죽이지 못하리.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laire, 1821 ~ 1867)

 프랑스의 시인. 근대시의 창시자로 추앙된다. 그의 시는 대부분 우울과 슬픔과 절망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악마주의의 선언서로 일컬어지는 시집 '악의 꽃'은 문학사에 큰 충격을 주어 빅토르 위로고 하여금 "새로운 전율의 창조'라고 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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