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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6

[시] 보들레르 - 이방인 이방인 ─ 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 수수께끼와 같은 사람아 말하여 보라. 너의 아버지냐, 또는 형제 자매이냐? ─ 내게는 부모도, 형제 자매도 있지 않다. ─ 그러면 너의 친구냐? ─ 지금 너는 뜻조차 알 수 없는 어휘를 쓰고 있다. ─ 그러면 너의 조국이냐? ─ 그것이 어느 위도에 자리하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 그러면 아름다운 여인이냐? ─ 아아, 만일 불사의 여신이라면, 나는 그를 사랑할 수도 있으련만. ─ 그러면 돈이냐? ─ 나는 그서을 가장 싫어한다. 마치 네가 신을 미워하고 있는 것처럼. ─ 그러면 너는 무엇을 사랑하느냐? 세상에서도 보기 드문 에트랑제여! ─ 나는 저 구름을 사랑한다······ 저 부산나게 흘러가는 구름을 사랑한다······ 보라, 다시 보라······ 저 불가사의한 .. 2018. 1. 19.
[시] 보들레르 - 죽음의 기쁨 죽음의 기쁨 달팽이 기어다니는 진흑 당에 내 손수 깊은 구덩이를 파리라. 거기 내 늙은 뼈를 편히 쉬게 묻어 물 속의 상어처럼 망각 속에 잠들리라. 나는 유서를 꺼리고 무덤을 미워한다. 죽어 부질없이 남의 눈물을 바라느니보다 내 차라리 산채로 까마귀를 불러 더러운 뼈 마디를 쪼아먹게 하리라. 오, 구더기! 눈도 귀도 없는 어둠의 빛이여. 너 위해 부패의 아들, 방탕의 철학자. 기뻐할 불량배의 사자는 오도다. 내 송장에 주저 말고 파고 들어 죽음 속에 죽은, 넋없는 썩은 살 속에서 구더기여, 내게 물어라. 여태 괴로움이 남아 잇는가고. ※ 세기말의 이른바 데카당들은 "영혼의 고뇌"를 노래 했는데, 이 시는 그 중의 한 대표작이다. 이 시를 쓸 무렵의 작자는 "살아 있다는 것은 말뿐이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 2018. 1. 19.
[시] 보들레르 - 교감(交感) 교감(交感) 자연은 신전, 그 살아 잇는 기둥들에서 이따금 어렴풋한 말들이 새어 나오고, 사람은 상징의 숲들을 거쳐 거기를 지나가고, 숲은 다정한 눈매로 사람을 지켜본다. 멀리서 아련히 어울리는 메아리처럼 밤처럼 광명처럼 한없이 드넓은 어둡고도 깊은 조화의 품안에서 향기와 색채와 음향은 서로 화합한다. 어린애의 살결처럼 신선스럽고 오보에처럼 부들하며, 목장처럼 푸른 향기 어리고 - 또 한 펀엔 썩고 푸짐한 승리의 향기 있어. 용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스런 것으로 번져 나가서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한다. ※ 이 시에는 보들레르 미학의 본질적인 관념들이 내포되어 있다.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는 서로 교감하는 바, 물질 세계는 상징을 제공하며, 그것을 통해 정신세계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본 것.. 2018. 1. 19.
[시] 보들레르 - 초상화 초상화 우리를 위하여 활활 타오르던 불을죽음과 병이 몽땅 재로 만드는구나.그토록 뜨겁고 다정하던 커다란 두 눈에서.내 마음 푹 잠기던 그 입술에서, 진통제처럼 강렬한 그 입맞춤에서,햇살보다 더 격렬한 그 흥분에서,지금 무엇이 남았는가? 두렵구나, 오 내 사랑!한갓 창백한 3색 파스텔 소묘일 뿐. 나처럼 고독 속에 죽어가고.심술궂은 노인 시간이 그 거칠은 날개로,나날이 갈아 닳게 만드는 내 사랑아. 생명과 예술의 음흉한 살인자여,너 나의 기억 속에서, 나의 기쁨이며영광이었던 그녀를 결코 죽이지 못하리.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laire, 1821 ~ 1867) 프랑스의 시인. 근대시의 창시자로 추앙된다. 그의 시는 대부분 우울과 슬픔과 절망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악마주의의 선언서로 .. 2016. 6. 16.
[시] 보들레르 - 가을의 노래 가을의 노래 1우리 곧 싸늘한 어둠 속에 잠기리.잘 가거라, 너무도 짧은 여름의 강렬한 빛이여!벌써 돌바닥 뜰 위에 장작 내리는불길한 충격 소리 들려온다. 겨울은 온톤 내 가슴에 사무쳐 들리라.분노, 증오, 몸서리, 넌덜머리, 고역,그리하여 내 심장 북극지옥의 태양인 양,한갓 얼어붙은 덩어리가 되리라. 장작 소리마다 몸서리치며 귀기울이니,두들겨 세우는 사형대보다도 더 둔탁한 울림이여,내 정신 육중한 파벽기(破壁機)의 끊임없는 연타에와를 무너지는 탑과 같다. 단조로운 충격에 맞추어 어디에선가서둘러 관에 못질하는 듯...누구의 관인가?... 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인가!그 야릇한 소리 출발인 양 울린다. 2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빛이 좋아,달콤한 미녀여, 나 오늘은 일체가 쓰디써,그대 사랑도, 침실의 쾌락도,.. 2015. 7. 29.
[시] 보들레르 - 명상 명상 아, 나의 고통아. 떠들지 마라 그리고 조용히 해라너는 저녁을 원했다. 저녁이 내린다. 자 여기에 있다.어스름 저녁 연기가 마을을 감싼다.어떤 사람에겐 안식을,어떤 사람에겐 근심을 가져다 주면서. 인간의 비천한 무리들이 쾌락이라는냉혹한 사형 집행인의 채찍을 맞으며노예의 잔치로 후회를 거두러 가는 동안나의 고통아, 손을 내게 다오, 이리로 가까이 오라. 저들을 멀리하고 보라, 저 하늘의 난간 밖으로바랜 옷을 입은, 고인(故人)된 세월들이몸을 굽히는 모습을웃음 띤 회한이 깊은 물 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빈사(瀕死)의 석양이 다리의 아치 아래 잠드는 것을그리고 동쪽에서 긴 수의(壽衣)가 옷자락을 끌며 오듯들어라, 다정한 고통아, 걸어오는 달콤한 밤의 소리를. 보들레를(Charies Pierre Baudl.. 201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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