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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 해질녘에 새를 찾으며
서산에 황금빛 노을 사라져가고
공기의 숨결이 싸늘히 죽어갈 때
흰 눈 밟고 집에 돌아오면서
새 한 마리를 본 듯했다.
여름철 그곳을 지나면서
발을 머추고 고개 들어 쳐다보았다.
천사 같은 목소리로 새 한 마리가
빠르고 감미롭게 노래하고 있었다.
이제 나무엔 노래하는 새 없고,
잎새 하나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나무를 두 번 돌아 봤지만
보이는 건 잎새뿐이었다.
언덕 위에 서서 내려다보며
수정처럼 투명한 이 냉기가
금 위에 도금을 하듯 드러나지 않게
눈 위에 서리를 입힐 따름이라 생각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구불구불 뭇으로 그린 양
구름인가 연기인가 길게 걸려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별 하나 파들대며 떨고 있었다.
프로스트(Robert Frost, 1875~1963)
미국의 시인. 그의 시는 꾸밈없고 소박한 전원시가 많아 넓은 독자층을 가진 국민시인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그려내는데 특출한 그의 시집으로는 '보스턴의 북쪽', '뉴 햄프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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