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1
우리 곧 싸늘한 어둠 속에 잠기리.
잘 가거라, 너무도 짧은 여름의 강렬한 빛이여!
벌써 돌바닥 뜰 위에 장작 내리는
불길한 충격 소리 들려온다.
겨울은 온톤 내 가슴에 사무쳐 들리라.
분노, 증오, 몸서리, 넌덜머리, 고역,
그리하여 내 심장 북극지옥의 태양인 양,
한갓 얼어붙은 덩어리가 되리라.
장작 소리마다 몸서리치며 귀기울이니,
두들겨 세우는 사형대보다도 더 둔탁한 울림이여,
내 정신 육중한 파벽기(破壁機)의 끊임없는 연타에
와를 무너지는 탑과 같다.
단조로운 충격에 맞추어 어디에선가
서둘러 관에 못질하는 듯...
누구의 관인가?... 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인가!
그 야릇한 소리 출발인 양 울린다.
2
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빛이 좋아,
달콤한 미녀여, 나 오늘은 일체가 쓰디써,
그대 사랑도, 침실의 쾌락도, 따뜻한 난로도,
그 어느것도 바다의 찬란한 태양만 못하다.
하지만 사랑해 주오, 다정한 그대여!
매정하고 심술궂은 나이지만 내 어머니가 되어 주오.
애인이건, 누님이건, 가을의 영롱한 하늘 또는
낙조, 그 한순간의 따스한 정을 베풀어 주오.
잠깐의 수고를! 무덤이 기다린다. 그 탐욕한 무덤이!
아! 내 이마를 그대의 포근한 무릎에 얹고서,
백열(白熱)의 지난 여름 회상하며, 이 늦가을의
따스하고 누런 햇살 맛보게 해주오!
※ 원시는 1859년 10월의 작품. 그해 11월 30일 '르뷔 콩탈폴레느'에 발표. '악의 꽃' 제 2판(1861)에 수록된 작품으로 이 시에 나오는 초록눈의 미인은 보들레르가 그 무렵 누이동생처럼 또 어머니처럼 사랑하고 있던 여배우 마리도보랑다.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 1821 ~ 1867)
프랑스의 시인. 근대시의 창시자로 추앙된다. 그의 시는 대부분 우울과 슬픔과 절망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악마주의의 선언서로 일컬어지는 시집 '악의 꽃'은 문학사에 큰 충격을 주어 빅톨 위고로 하여금 '새로운 전율의 창조'라고 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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