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382

[시] 프로스트 - 겨울날 해질녘에 새를 찾으며 겨울날 해질녘에 새를 찾으며 서산에 황금빛 노을 사라져가고 공기의 숨결이 싸늘히 죽어갈 때 흰 눈 밟고 집에 돌아오면서 새 한 마리를 본 듯했다. 여름철 그곳을 지나면서 발을 머추고 고개 들어 쳐다보았다. 천사 같은 목소리로 새 한 마리가 빠르고 감미롭게 노래하고 있었다. 이제 나무엔 노래하는 새 없고, 잎새 하나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나무를 두 번 돌아 봤지만 보이는 건 잎새뿐이었다. 언덕 위에 서서 내려다보며 수정처럼 투명한 이 냉기가 금 위에 도금을 하듯 드러나지 않게 눈 위에 서리를 입힐 따름이라 생각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구불구불 뭇으로 그린 양 구름인가 연기인가 길게 걸려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별 하나 파들대며 떨고 있었다. 프로스트(Robert Frost, 1875~.. 2015. 4. 27.
장석주 -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2015. 4. 27.
텅빈 충만 내 귀는 대 숲을 스쳐오는 바람 속에서 맑게 흐르는산골의 시냇물에서비발디나 바하의가락보다도 더 그윽한음악을 들을 수 있다빈 방에 홀로 앉으면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만하다텅비어 있기 때무에 오히려가득 찼을 때보다더욱 충만하다 -법정스님- 2015. 4. 27.
[시] 랭보 - 오 계절이여, 오 성(城)이여 오 계절이여, 오 성이여 오 계절이여, 오 성이여 어느 영혼이 결점이 없겠는가? 오 계절이여, 오 성이여 나는 아무도 필할 수 없는 행복의 마술연구를 했노라. 골 족의 수탉이 노래할 때마다 오, 그 행복은 태어난다 그러나 나는 이젠 부러운 것이 더 이상 없으리라. 행복이 나의 일생을 맡아 버렸기에. 아 마력(魔力), 그것은 나의 영환과 육체를 사로잡고 모든 노고를 흐트려 버렸다. 내 말을 듣고 무엇을 이해하겠는가? 내 말은 도망쳐 날아가 버린다! 오 계절이여, 오 성이여!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 프랑스의 시인. 부르주아의 천박한 문화를 조롱하고, 전쟁에서 희생당한 이들을 애도하는 시를 지었다. 광란적 방랑, 몇 편의 파격적인 시, 또 문학에 대핸 그의 돌연한 단절이 너무나 .. 2015. 4. 27.
라포르그 - 피에르의 말 피에르의 말 나는 연못에 동그라미 그리는달나라의 난봉꾼이랍니다.신화가 되려는 것 이외에는아무 다른 목적이 없습니다. 나는 싸움을 거는 투로괴상한 옷소매를 걷어 붙이고입을 동그랗게 하여 토합니다.예수의 그 부드러운 충고를. 오! 그래요, 이 거지 같은 시대그 문턱에서 신화가 되는 거예요!하지만 예전의 달은 어디 있나요.왜 하느님은 다시 만들어 주지 않나요. 라포르그(Jules Laforgue, 1860~1887) 프랑스의 시인. 27세에 폐결핵으로 요절. 자유시를 세운 상징파 초기 시인이다. 시집으로는 그가 독일 체제시에 간행한 '넋두리', '달의 성모(聖母)의 모방' 등이다. 2015. 4. 27.
[시] 헤세 - 방랑, 방황 방랑 슬퍼마라, 이제 곧 밤이 오리라. 그러면 하이얀 들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는 손을 잡고 휴식하리라. 슬퍼마라, 이제 때가 오리라. 우리들의 작은 두 개의 십자가는 밝은 길가에 서 있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그리고 바람은 또 끊임없이 불어가리라. - 다른 번역 버전 - 방황 슬퍼하지 말아라, 머지않아 밤이 온다. 그 때 우리는 창백한 들판을 넘어 싸늘한 달의 미소를 보게 될 것이고 손과 손을 마주잡고 쉬게 되리라. 슬퍼하지 말아라, 머지않아 때가 온다. 그 때 우리는 안식하며 우리 십자가는 해맑은 길섶에 나란히 서게 되고, 그 위에 비 오고 눈이 내리리라. 그리고 바람이 불어 오고 또 가리라. ※ 헤세의 시는 시간 속에서 옮겨지고 멸해져 가는 것에 대한 애석은 이윽.. 2015. 4. 2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