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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520

[시] 타고르 - 바닷가에 바닷가에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질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한바다로 떠보내는 아이, 모두들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도 모르고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진주 캐고 상인들은 배 타고 오가지만,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질 뿐입니다. 그들은 보물에도 욕심이 없고, 고기잡이할 줄도 모른답니다. 바다는 깔깔대며 바서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죽음을 지닌 파도도 자장가 부르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 2018. 2. 20.
[시] 타고르 - 나 혼자 만나러 가는 밤 나 혼자 만나러 가는 밤 약속한 곳으로 나 혼자서 가는 잠 새들은 노래하지 않고 자람은 전혀 불지 않고 거리의 집들도 가만히 서 있을 따름 내 발걸음만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나는 부끄러움으로, 발코니에 앉아 그이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무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여울물조차 잠에 빠진 보초의 총처럼 조용합니다. 거칠게 뛰고 있는 것은 내 심장뿐 ­― 어떻게 하면 진정 될까요. 사랑하는 이 오시어, 내 곁에 앉으면 내 온 몸은 마냥 떨리기만 하고 내 눈은 감기고, 밤은 어두워집니다. 바람이 촛불을 살풋이 꺼 버립니다. 구름이 별을 가리며, 면사를 살짝 당깁니다. 내 마음 속 보석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어떻게 그것을 감출 수 있으리까. ※ 이 시는 묵직한 표현과 침착하고 아름다움 그리고 동양적.. 2018. 2. 20.
[시] 타고르 - 당신 곁에 당신 곁에 하던 일 모두 뒤로 미루고 잠시 당신 곁에 앉아 있고 싶습니다. 잠시 동안 당신을 못 보아도 마음에는 안식 이미 사라져 버리고 고뇌의 바다에서 내 하는 일 모두 끝없는 번민이 되고 맙니다. 물만스러운 낮 여름이 한숨 쉬며 오늘 창가에 와 머물러 있습니다. 꽃 핀 나뭇가지 사이 사이에서 꿀벌들이 잉잉 노래하고 있습니다. 임이여 어서 당신과 마주 앉아 목숨 바칠 노래를 부르렵니다. 신비스러운 침묵 속에 가득 싸인 이 한가로운 시간 속에서 ※ 동양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타고르를 가리켜 '뱅갈이 철인' 또는 '인도의 예언자'라 일컫고 있다. 그는 자연의 모습과 인간성을 있는 그대로 보는 내성적이며 거의 신비적인 심원한 인식을 추구하였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2018. 2. 20.
[시] 구르몽 - 낙엽 낙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노르망디의 귀족 태생인 구르몽은 어린 시절에 천연두를 앓아 곰보가 되었기 때문에 사교계에도 나가지 않고 .. 2018. 1. 31.
[시] 랭보 - 지옥의 계절 지옥의 계절 지난 날의 내 기억에 의하면, 나의 생활은 모든 마음이 활짝 열려 있고, 온갖 포도주가 넘쳐 흐르는 하나의 향연이었다. 어느 저녁, 나는 무릎 위에 미를 앉혔다. 때문에 나는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정의를 향하여 무장하였다. 나는 도망쳤다. 오 마녀들이여, 오 비참함이여, 오 증오여, 너희들에게 나는 나의 보물을 맡겨 놓았다! 나는 내 마음 속에서 모든 인간적인 희망을 지우기에 이르렀다. 목 메어죽이기 위해 모든 환락을 향하여, 나는 맹수처럼 소리없이 덤벼들었다. ※ 시집 '취한 배'로 혜성처럼 나타난 랭보는 이 '지옥의 계절'로 문학사상 그 위치를 확고하게 하였다.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 랭보는 아르덴의 샤를르빌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난 미모의 천재이.. 2018. 1. 31.
[시] 랭보 - 감각 감 각 푸른 여름 저녁에 오솔길 가리니 보리 향기에 취하여 풀을 밟으면 마음은 꿈꾸듯, 발걸음은 가볍고 맨 머리는 부는 바람에 시원하리라. 아무 말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가슴에는 한없는 사랑만 가득 안고 멀리 멀리 방랑객처럼 나는 가리니 연인과 함께 가듯 자연 속을 기꺼이 가리라. ※ 1870년 3월, 작자의 나이 16세 때에 쓴 시. 계속 유랑하고 싶은 심정을 잘 포착하고 있다. 행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 랭보는 아르덴의 샤를르빌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난 미모의 천재이며 악동이었다. 그는 카톨릭 신자인 어머니에 의해 키워졌으나 방랑벽 때문에 학업을 집어치우고 16~19세까지 불과 3년간의 문학생활을 통해 두 편의 시집 '취한 배'와 '지.. 201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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