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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동명 - 내 마음은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저어오오.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나의 밤을 새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그대를 떠나오리다. ※ 1937년 6월 '조광' 3권 6호에 발표된 시로, 가곡으로 작곡되어 널리 애창되고 있는 4연의 서정시다. 경향면에서는 낭만주의 시며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비유와 상징이 풍부하게 활용되고 있다. 제 1연에서는 사랑의 환희, 제 2연에서는 사랑의 정열, 제 3연에서는.. 2016. 10. 1.
[시] 김동명 - 파초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 1936년 1월호 '조광'에 발표. 그의 제2시집 '파초(1938)'의 표제가 된 전원적 서정시다. 시의 경향은 전원적·애국적이며 5연으로 된 자유시다. 표현상의 특징은 남국을 고향으로 하는 파초가 고향을 떠나 외롭게 사는 이 열대 식물을 의인화하여 망국의 슬픔 속에 사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연상적 수법으로 망국민의 한을 파초에게 감정이입하여 쓴 시다. 이 시의 주제는 잃어버린 조국에.. 2016. 10. 1.
[시] 홍사용 -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십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님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맨 처음으로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드린 말씀은, "젖주세요"하는 그 소리였지요마는,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이어 주신 어머니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 2016. 10. 1.
[시] 오상순 - 한 잔 술 한 잔 술 나그네 주인이여평안하신고,곁에 앉힌 술단지그럴 법 허이,한 잔 가득 부어서이래 보내게,한 잔 한 잔 또 한 잔오늘 해도 저물고갈 길은 머네,꿈 같은 나그네길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이거 어인 일,한 잔 한 잔 또 한 잔끝도 없거니삼산유곡 옥천(玉泉)샘에흠을 대었나,지하 천척 수맥(水脈)에줄기를 쳤나바다를 말릴망정이 술 단지사,꿈 같은 나그네길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좋기도 허이,수양이 말이 없고달이 둥근데,한 잔 한 잔 또 한 잔채우는 마음한 잔 한 잔 또 한 잔길가에 피는 꽃아설어를 말어꿈 같은 나그네길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한 잔 더 치게,한 잔 한 잔 또 한 잔한 잔이 한 잔한 잔 한 잔 또 한 잔석잔이 한 잔한 잔 한 없이 한 없는 잔이언만한 잔이 차네.꿈 같은 나그네길멀기.. 2016. 9. 26.
[시] 오상순 - 방랑의 마음 방랑의 마음 흐름 위에보금자리 친-오오 흐름 위에보금자리 친-나의 혼······ 바다 없는 곳에서바다를 연모하는 나머지에눈을 감고 마음 속에바다를 그려 보다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위에 발돋움하고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해 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깊은 바다 소리나의 피의 조류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한 푸른 해원-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안개같은 바다의 향기코에 서리도다. ※ 이 시는 1923년 1월호 '동명(東明)'호에 발표된 것으로서 그의 초기 작품 가운데서도 비교적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볼 수 있는 그이 명상적인 자세는 그후 그의 시세계를 지배하는 특성 가운데 하나가 되.. 2016. 9. 26.
[시] 오상순 - 아시아의 마지막 풍경 아시아의 마지막 풍경- 아시아의 진리는 밤의 진리이다 - 아시아는 밤이 지배한다. 그리고 밤을 다스린다. 밤은 아시아의 마음의 상징이요, 아시아는 밤의 실현이다. 아시아의 밤은 영원의 밤이다. 아시아의 밤의 수태자이다. 밤은 아시아의 산모요 산파이다. 아이사는 실로 밤이 낳아 준 선물이다. 밤은 아시아를 지키는 주인이요 신이다. 아시아는 어둠의 검이 다스리는 나라요 세계이다. 아시아의 밤은 한없이 깊고 속모르게 깊다. 밤은 아시아의 심장이다. 아시아의 심장은 밤에 고동한다. 아시아는 밤의 호흡 기관이요, 잠은 아시아의 호흡이다. 잠은 아시아의 눈이다. 아시아는 잠을 통해서 일체상(一切相)을 뚜렷이 본다. 올빼미 모양으로- 밤은 아시아의 귀다. 아시아는 잠에 일체음을 듣는다. 밤은 아시아의 감각이요, 성욕.. 2016.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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