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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21

[시] 주요한 - 빗소리 빗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이 시는 1924년 1월호 '폐허이후'지에 발표된 시로서, 시의 경향으로는 감각적, 서정적이며 4연으로 된 자유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봄비를 '병아리' '다정한 손님' 등의 적절한 직유를 써서 현대시 작법의 수법을 쓰고 있다. 또 여기에 공감적인 표현도 보인다. 이 시의 주제는 봄비를 맞는 기쁨.. 2016. 10. 31.
[시] 주요한 - 불놀이 불놀이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西便) 하늘에 외로운 강물 위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밀어가는 사람 소리…….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위에서 나려다 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며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우에 내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임 생각에 살.. 2016. 10. 31.
[시] 주요한 - 봄 비 봄 비 봄비에 바람 치어 실같이 휘날린다 종일 두고 뿌리어도 그칠 줄 모르노네 묵은 밭 새옷 입으리니 오실대로 오시라 목마른 가지가지 단물이 오르도록 마음껏 부리소서 스미어 들어소서 말랐던 뿌리에서도 새 싹 날까 합니다. 산에도 나리나니 들에도 뿌리나니 산과 들에 오시는 비 내집에는 안 오시랴 아이야 새밭 갈아라 꽃 심을까 하도라 개구리 잠 깨어라 버들개지 너도 오라 나비도 꿀벌도 온갖 생물 다 오너라 단 봄비 조선에 오나니 마중하러 걸거나 ※ 이 시의 주제는 "봄비에 대한 축원과 희열"이며 구성은 4수 1편의 평시조이다. 이 시조의 특징은 동식물을 의인화했으며 당시의 시조가 대상의 묘사에만 충실 했음에 비해 이 시조는 객체를 내면(內面)으로 끌어 들여 주관화된 정서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주요한(朱耀翰 .. 2016.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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