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382 아이헨도르프 - 밤의 꽃 밤의 꽃 밤은 고요한 바다와 같아 기쁨과 슬픔과 사랑의 고뇌가 얼기설기 뒤엉켜 느릿느릿하게 물결을 몰아치고 있다. 온갖 희망은 구름과 같이 고요히 하늘을 흘러가나니 그것이 회상인지 또는 꿈인지 여린 바람 속에서 그 누가 알랴. 별들을 향해서 하소연하고 싶은 이 심정 가슴과 입을 막는다 하더라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희미하고 잔잔한 물결 소리가 남아 있다. 아이헨도르프(Joseph Freiherr von Eichendorff, 1788~1857) 독일 낭만파의 서정시인. 그의 서정시는 소박한 민요조의 것으로서 애수와 동경에 찬 낭만적 정조가 담겨 있는 것이 많다. 대표작은 풍자 희극 '낭만적이 오이디푸스'와 야야기 시 '부젠토의 무덤'이다. 2015. 7. 29. 본느프와 - 미완성(未完成)이 정상(頂上)이다 미완성(未完成)이 정상(頂上)이다 깨뜨리고 깨뜨리고 또 깨뜨려야만 했던 일이 있었다 구원이란 이 대가를 치러야만 얻어지던 일이 있었다. 대리석 위에 떠오르는 나체의 얼굴을 파괴하는 일 모든 형상 모든 아름다움을 망치로 깨뜨리는 일. 완성이란 문턱인 까닭에 이를 사랑하는 것 그러나 알려지면 곧 이를 부정하고 죽으면 곧 이를 잊어 버리는 것, 미완성이 정상이다. 본느프와(Yves Bonnefoy, 1923 ~) 프랑스의 현대시인. 그의 시의 특생과 가치는 바로 그의 철학이나 형이상학이 시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는데 찾아볼 수 있다. 2015. 7. 29. 발레리 - 석류 석류 너희들의 넘치는 알들에 못 이겨 반쯤 열려진 야무진 석류여, 자기 발견에 파열된 고매한 이마를 나는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견뎌온 세월이, 살며시 입을 연 석류여, 자만심에 움직인 그대들로 하여금 홍옥(紅玉)의 장벽을 삐걱이게 해도, 그리고 금빛의 메마른 껍질마저 어느 힘의 요구에 따라 과즙(果汁)의 붉은 보석되어 터진다 해도, 이 밫나는 파령은 내가 가졌던 어느 은밀한 구조의 영혼을 꿈꾸게 한다. 발레리 (Paul Valery, 1871 ~ 1945) 프랑스의 순수시인. 말라르메에게 사사하였으며, 지드를 비롯한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우 관계를 맺었다. 만년에 그는 프랑스의 국가적 시인이며 국제적 지식인의 상징이 되었다. 시집으로 '해변의 묘지', '나의 파우스트' 등이 있다. 2015. 7. 22. 베케르 - 창 앞의 나팔꽃 넝쿨이 창 앞의 나팔꽃 넝쿨이 창 앞의 나팔꽃 넝쿨이 흔들림을 보시고 스쳐가는 바람이 한숨 짓는다 의심하실 양이면 그 푸른 잎 뒤에 내가 숨어 한숨 짓는 줄 알아 주시오. 그대 뒤에서 무슨 소리 나직이 나며 그대 이름 멀리서 부른다 의심하실 양이면 쫓아오는 그림자 속에 내가 있어 그대를 부른 걸로 생각하시오. 깊은 밤 그대 가슴 이상하게도 산산이 흩어져 설레이고 불타는 입김을 입술에 느끼시거든 눈에는 안 보여도 그대 바로 곁에 내 입김이 서린다고 생각하시오. 베케르 (Gustavo Adolfo Becquer, 1836 ~ 1870) 스페인의 시인. 그가 노래한 주제는 대부분 사랑과 죽음이었다. 이 사랑에는 고독이, 죽음에는 영원에 대한 바람이 내포되어 있다. 사후에 시집 '운율'이 나왔다. 2015. 7. 22. 오든 - 보라 길손이여! 보라 길손이여! 보라, 길손이여, 도약하는 빛이 지금 그대 기쁘게 드러내 주는 이섬을. 여기 가만히 서서 말없이 있으라 그래서 귀의 채널을 통해 바다의 흔들리는 소리가 강물처럼 헤매어 들어오도록. 여기 작은 들판 끝에 정지하라, 백악(白堊) 절벽이 물거품 속으로 떨어지고, 높은 바위 선반이 조수(潮水)의 흡인과 타격을 물리치고, 또 조약돌이 빨아들이키는 밀물 뒤로 딸려가고, 그리고 갈매기 잠시 가파른 파도 위에 머물 때. 저 멀리 떠는 씨앗처럼 배들이 긴급한 자발적인 일들로 흩어져 간다;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이 정말 기억 속에 들어가 움직이리라, 마치 항구 거울을 지나가는 그리고 여름 내내 물 속을 헤매는 이 구름들이 움직이고 있듯이. 오든 (Wystan Hugh Auden, 1907 ~ 1973.9.2.. 2015. 7. 22. 롱펠로 - 내 인생의 한 가운데 서서 내 인생의 한 가운데 서서 내 삶의 절반이 지나가고, 여러 해가 내게서 빠져 나가고 내 젊음의 야망을 이루지 못하고, 높은 담장으로 노래의 성을 쌓아보려던 야망을.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을 방해한 것은, 방종도, 쾌락도, 고요해지지 않을 무분별한 열정의 초조함도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죽여버린 슬픔과 근심이었다. 언덕에 반쁨 올라 고거의 소리와 모습을 하고 내 아래에 누워 있는 과거를 보니 - 희미하고 넓은 황혼에 쌓인 도시처럼 보인다. 연기 솟는 지붕, 부드러운 종소리, 그리고 반짝이는 빛이 있는 - 그리고 가을 바람 소리를 듣는다 멀리서, 높은 곳으로부터 천둥치는 죽음의 폭포. 롱펠로 (Henry Wadsworth Longfellow, 1807~1887) 미국의 시인. 하버드 대학의 근세어 교수를 1.. 2015. 7. 21.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6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