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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144

[시] 릴케 - 가을날 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시하시고, 그것들에게 또한 보다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어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를 넣으시옵소서. 자금 집없는 자는 어떤 집도 짓지 않습니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랫동안 외로이 머무를 것입니다. 잠 못 이루어, 독서학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잎이 지면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곳 저곳 헤맬 것입니다. ※ '형상시집' 이전의 릴케는 젊은 낭만주의적인 꿈의 분위기 비슷한 것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신시집' 시기의 시인에게서는 사물을 분명히 관찰하려 하는 노력과 현실 세계 안에서 살려고 하는 결의를 분명하게 읽을.. 2018. 2. 27.
[시] 릴케 - 신이 와서 신이 와서 신이 와서 "나는 있다"할 때까지 너는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밝히려 하는 그러한 신이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신은 태초로부터 그대의 내면 속에서 바람처럼 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여, 네 마음이 알고 비밀을 지킬 때 신은 그 속에서 창조하는 것이다. ※ 시어가 아주 인상적 · 형상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시인의 외계와 내계가 교요한 관조 밑에 포착되어 있고, 릴케 시의 본질인 인간 생활의 고독이 절대적인 부동의 것으로 되어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7926) 독일의 시인 · 소설가, 프라그에서 탄생. 프라그 · 뮌헨 ·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하고 장기간 걸쳐서 두 차례 러시아를 여행하였다. 그후 잠시동안 베르푸스베데에서 .. 2018. 2. 27.
[시] 릴케 - 엄숙한 시간 엄숙한 시간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울고 있다. 서계 속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웃고 있다. 세계 속에서 까닭 없이 웃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웃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걷고 있다. 세계 속에서 정처 없이 걷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죽고 있다. 세계 속에서 까닭 없이 죽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쳐다보고 있다. ※ 릴케는 에술의 진실을 추구하고 자기를 탐구하기 위해 러시아 여행을 했던 일이 있었다. 그리고 브레멘 근방의 화가촌 볼보스베데에 살면서 사물을 보는데 눈뜨게 되고, 그 결과 엮은 시집 '형상 시집'에 이 시는 수록되어 있다. 기교적인 반복이 이 작품의 구성 바탕.. 2018. 2. 27.
[시] 잠 - 나는 당나귀가 좋아 나는 당나귀가 좋아 물푸레나무 긴 울타리를 끼고 걸어가는 순한 당나귀가 나는 좋다. 당나귀는 꿀벌에 마음이 끌려 두 귀를 쫑긋쫑긋 움직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태워 주기도 하고 호밀이 가득 든 부대를 나르기도 한다. 당나귀는 수쳇가에 가까이 이르면 버거정거리며 주춤걸음으로 걸어간다. 내 사랑은 당나귈르 바보로 안다. 어쨌든 당나귀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당나귀는 언제나 생각에 젖어 있고 그 두 눈은 보드라운 빌로드 빛이다. 마음씨 보드라운 나의 소녀야, 너는 당나귀만큼 보드랍지 못하다. 당나귀는 하느님 앞에 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 닮아서 당나귀는 보드랍다. 당나귀는 피곤하여 가벼운 모양으로 외양간에 남아서 쉬고 있다. 그 가련한 작은 발은 피곤에 지쳐 있다. 당나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기가 할 일을 모두.. 2018. 2. 22.
[시] 잠 - 애가 애가 ― 내 사랑아" 너는 말했다. ― 내 사랑아" 나는 말했다. ― 눈이 온다." 너는 말했다. ― 눈이 온다." 나는 말했다. ― 좀 더, 좀 더" 너는 말했다. ― 좀 더, 좀 더" 나는 말했다. ― 이렇게, 이렇게" 너는 말했다. ― 이렇게, 이렇게" 나는 말했다. 그런 뒤, 너는 말했다. ― 난 네가 참 좋아." 그리고 나는 말했다. ― 난 네가 더 좋아." ― 여름은 갔어." 너는 말했다. ― 가을이 왔어." 나는 답했다. 그리고 난 뒤의 우리의 말은 처음처럼 비슷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너는 말했다. ― 사랑아, 나는 네가 좋아." 매맑고 숭고한 가을날의 화려한 저녁빛을 받으며. 그 말에 나는 말했다. ― 다시 한번 말하렴." ※ 친구인 앙드레 지드와의 북아프리카 여행. 그리고 몇 차례의 파.. 2018. 2. 22.
[시] 예이츠 - 비잔티움에의 항해 비잔티움에의 항해 그것은 륵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아니다. 서로 껴안는 젊은이들, 나무에 낮은 새들. 그들 죽어 가는 세대가 끊임없이 노래하는 곳. 연어 뛰는 시내, 청어 떼지어 있는 바다. 물고기, 짐승, 가축이 여름 내내 저 관능적인 음악에 사로잡히어 모두 함께 늙을 줄 모르는 지성의 비문을 잊는다. 늙은 사람은 한낱 티끌과 같고 지팡이에 기대는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영혼이 손뼉 치고 노래하며 그 형체만 남은 옷 누더기를 위해 소리 높이 노래하는 일이 없다면. 그 노래를 배우기 위해서는 영혼 자체의 장엄한 비문을 잘 배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항해하여 마침내 비잔티움 성스러운 도시에 찾아온 것이다. 벽에 장식된 황금 모자이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의 성스러운 불 속에 서 있는.. 2018.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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