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806

[시] 장만수 - 들깨밭 들깨밭 비탈길 옆 자리 잡은 땅뙈기는 강산 골에 굽은 등 기다리고 밭 귀퉁이에 지팡이 짚고 들어선 어머니가 들깨를 끌어안는다 자신의 몸보다 더 웃자란 들깨를 끌어안고 이리저리 비벼댄다 산그늘로 땀 쓰윽 닦아내고 골 깊은 주름 사이에 보고픔 그리더니 기다린 몸뚱어리 내리치고 또다시 내리치면 파르르 떨던 아릿함마저 비명 쏟아낸다 가슴에 쌓이 ㄴ알맹이들이 정에 사무치고 어깨에 앉은 그리움이 먼 곳 바라보다 미소 머금은 채 노을 속을 걷고 있다. 2019. 4. 12.
[시] 김광규 - 밤 눈 밤 눈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을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2019. 4. 11.
명상편지 - 작게 시작하세요 작게 시작하세요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면 작게 시작해보세요. 작가가 되고 싶은데 글이 안 나온다면, 일기부터 쓰기 시작해보세요. 그다음에는 주변 인물들에 대해 한 사람씩 써보세요. 처음부터 대작은 나오지 않습니다. 모방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냥 내 것, 독창적인 것만 하려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습니다. 안 해본 것도 해보고 남의 것도 따라 해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씩 나오는 것입니다. 자기가 안 하던 걸 하나씩 해서 조그맣게 성공하면 자신감이 붙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성공하면 좀 더 크게, 그렇게 꿈을 향해 다가가 보세요. 출처: 명상편지 2019. 4. 10.
[시] 김수영 - 폭포 폭포 폭포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사이없이 떨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드시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이진다. 2019. 4. 10.
[시] 권달웅 - 겸상 겸상 메밀묵이 먹고 싶다. 달빛 같은 메밀향이 그립다. 어수룩하고 구수한 맛이 그립다. 메밀가루를 물대중하여 서서히 저어 굳힌 메밀묵. 은근히 당기는 맛이 좋다. 없어도 있는 듯한 말랑하고 야들야들한 맛. 달밤 다듬이 소리처럼 아련한 그리움이 스민 메밀묵. 눈 내리는 밤 온돌방에서 눈물 많은 친구를 만나 겸상해 메밀묵을 먹고 싶다. 2019. 4. 9.
고사성어 - 다기망양(多岐亡羊) 다기망양(多岐亡羊) 학문의 길이 너무 다방면으로 갈리어 진리를 얻기 어려움. 방침이 많아서 도리어 갈 바를 모름. 출전은 '열자' 설부편(說符篇)에 나온다. 양자(楊子·楊朱)의 이웃 사람이 양을 한 마리 잃어버렸다. 그 집에서는 자기 집 사람은 물론 양자의 집 하인 아이까지 빌어 찾아나서게 했다. "아니, 양 한 마리가 달아났는데 웬 사람이 그렇게 많이 찾아 나서는 거지?" 양자가 이렇게 묻자 이웃 사람은,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하고 대답했다. 얼마 후 돌아 왔기에, "양은 찾았는가"하고 물었더니, "놓치고 말았습니다"하는 것이었다. "왜 놓치고 말았지?"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어 양이란 놈이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그만 지쳐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이 말에 양자는 몹시 우울한 표.. 2019. 4. 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