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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806

[시] 김인욱 - 사랑의 물리학 사랑의 물리학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게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2018. 12. 13.
[시] 김주곤 - 향수의 메아리 향수의 메아리 달빛 타고 들려오는 다음이소리 바람 따라 날아오는 물레소리 가슴을 열고 소리치고 싶은 밤 고향도 침묵의 강 건너 웃고 있겠지. 초가삼간 부엌에 춤추는 호롱불 별이 숨어버린 칠흑 같은 밤 졸고 잇는 호롱불 아래 무르익는 이야기 흐르는 강물에 추억 싣고 떠나겠지. 박꽃보다 하얀 앞집 숙이 마음 맨드라미보다 빨간 뒷집 차돌이 정열 뒷동산 장군바위 숨바꼭질하고 향수의 멜아리 울리겠지. 2018. 12. 7.
[시] 남민옥 - 수련 수련 한여름 연못 위에 고운 꽃신 어느 여인의 신이기에 저리 고우냐 물로 세례하고 물로서 수행하니 그 마음 또 얼마나 가벼울 것이냐 발길 닿는 곳마다 맑은 물 고이고 꽃 주고 잎 주고 뿌리까지 내어주니 엄마 어머니 참 여인의 삶 따가운 날에도 단아하게 은은한 향기로 반기고 있구나 2018. 12. 1.
[시] 이소희 - 그믐달 그믐달 누가 이 새벽에 슬픔 한 조각 도려내 저렇게 멀리 던졌을까 아침이 오자 산 너머로 꼬리를 감추고 있다. 2018. 11. 30.
[시] 최은하 - 빈 의자 빈 의자 오늘도 찾아 나섭니다 비가 오나 눈보라가 치거나 노을이 가득 퍼져 내리는 참이거나 한 줄기 바람도 쉬어갈 빈 의자를 찾습니다. 빈 의자를 찾아내면 얼마 동안은 거기 앉았다가 그래, 언젠가는 나도 하늘 아래 빈 의자가 되어지이다. 2018. 11. 29.
[시] 주명숙 - 꽃벗 꽃벗 벚꽃 그림 앞에 한참 머뭇기리던 아이가 '꽃벗' 이라고 쓴다 꾹꾹 눌러 쓰여진 두 글자가 제 풀에도 무안한지 슬며시 비뚤어졌다 제가 달아준 꽃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드나보다 아직 한글이 서툰 아이의 어깨가 으쓱하더니 또랑또랑 야무진 목소리로 '벚꽃' 이라고 읽는다 문득, 우주를 닮은 아이의 마당 안에 흐드러지게 꽃벗이 피어난다 벚꽃과 꽃벗이 화르르 번식중이다 이 깜직한 반란 앞에서 어린 시인에게 나는 또 한 수 배운다. 2018.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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