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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806

[시] 한영희 - 김치찌개를 함께 먹는 다는 것은 김치찌개를 함께 먹는 다는 것은 냄비 안에서 서로를 껴안는 소리들 잘 익어 간다는 것은 적당한 온도와 양념이 버무려 져야한다 숙성된 김치를 듬뿍 잘라 넣고 소박하게 끓여먹는 김치찌개 백반 식구들 숟가락 부디치는 소리가 냄비 속으로 내려 앉는다 침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순간이다 따뜻한 국물이 살 속으로 스며든다 맛있는 냄새를 기억하고 그 힘을 아침을 맞이하는 식구들 2019. 3. 24.
[시] 김진식 - 빨래개기 빨래개기 딸 셋째가 빨래를 갭니다 헤어졌던 양말은 부부로 다시 만나고 팬티는 팔자로 묶여 바닥에 놓였습니다 빨래를 개며 엄마 아빠를 헤아리고 빨래를 개며 동생 언니도 만납니다 바닥엔 언니 동생 아빠 엄마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식구들이 고맙다며 그린 미소도 있습니다 2019. 3. 17.
[시] 김영랑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2019. 2. 7.
[시] 김용택 - 별일 별일 양말도 벗었나요 고운 흙을 양손에 쥐었네요 등은 따순가요 햇살 좀 보세요 거 참, 별일도 다 있죠 세상에, 산수유 꽃가지가 길에까지 내려왔습니다 노란 저 꽃 나 줄건가요 그래요 다 줄게요 다요, 다 2019. 2. 7.
[시] 김수영 - 사랑 사랑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2019. 2. 7.
[시] 임종은 - 분수(噴水) 분수(噴水) 희뿌연 안개비 속에 풋풋한 여인의 가지런한 생머리 조용히 살랑 데다 햇빛에 우서져 사라지고 간드러진 음률에 무희의 허리 놀림은 요염을 흘리며 반원으로 흔들거리다가 뚝뚝 떨어져 눕는다. 둘연, 몰려오는 장엄한 가락에 솟구쳐 솔아오른 폭죽처럼 오색 조각으로 흩어지는 파편들. 201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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