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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167

[시] 윤동주 - 참회록(懺悔錄) 참회록(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이 시를 쓴 날짜는 1942.1.24로 부기되어 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쓴 마지막 작품이 된다. 시의 경향은 저항적, 상징적이며, 5연으로 된 이 시는 만24년 1개월의 자신.. 2017. 2. 17.
[시] 박목월 - 윤사월 윤사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 이 시는 1946년 '상아탑' 5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시의 경향은 향토적, 서정적이며, 4연으로 짜여진 2행시로 표현의 특징은 '나그네'와 같으며 주제는 윤사월의 정적미 또는 한국적 고적감과 애절성이라 하겠다. 박목월 (朴木月 1916~1978) 본명은 영종(永鍾). 경북 경주 출생. 대구 계성중학 졸업. 처음 동요 작가로 출발, '어린이'에 동시 '통딱닥 통딱닥(1933)'이 특선 되었고 '신가정'에 동요 '제비맞이(1933)'가 당선된 후 많은 동시를 써서 새 경지를 개척했음. 본격 시인으로서는 '문장'에서 '길처럼', '그것은 연륜이다(1939)'가 추천된 뒤,.. 2017. 2. 14.
[시] 박목월 - 청노루 청노루 머언 산(山)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굽이를 청(靑)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 이시는 1945년 3인 시집 '청록집'에 수록된 작품으로 박목월 초기의 시세계를 대표하는 시다. 동물인 '노루'에 '청빛'을 주어 신격화시켰으며,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이 시의 주제는 아름다운 생명의 고향이라 하겠다. 박목월 (朴木月 1916~1978) 본명은 영종(永鍾). 경북 경주 출생. 대구 계성중학 졸업. 처음 동요 작가로 출발, '어린이'에 동시 '통딱닥 통딱닥(1933)'이 특선 되었고 '신가정'에 동요 '제비맞이(1933)'가 당선된 후 많은 동시를 써서 새 경지를 개척했음. 본격 시인으로서는 '문장'에서 '길처럼', '그.. 2017. 2. 14.
[시] 박목월 - 나그네 나그네 술 익은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지훈(芝薰)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이 시는 1946년 '상아탑' 4월호 5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지은이의 대표작이다. 이 시는 조지훈의 '완화삼'에 화답하여 지은 것으로 알려진 시다. 시의 경향은 향토적, 서정적이며, 5연으로 짜여진 이 시는 표현상에서 7·5조의 민요조를 주조로 하고 있다. 간결한 언어로 리듬을 살리고 있으며 향토적 색감이 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 시의 주제는 자연과 인간의 친화라 하겠다. 박목월 (朴木月 1916~1978) 본명은 영종(永鍾). 경북 경주 출생. 대구 계성중학 졸업. 처음 동요 작가.. 2017. 2. 14.
[시] 박두진 - 하늘 하 늘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빛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 시집 '해'에 수록된 7연으로 짜여진 작품이다. 하늘과 내가 합쳐지는 순미의 세계에 젖어 콧노래라도 부르듯이 순수하고도 소박한 이 시의 주제는 신비로운 자연과의 합일이라 하겠다. 박두진 (朴斗鎭 1916~1998) 시인. 아호는 해산. 경기도 안산 태생. 1939년 '문장'지의 추천 시인으로 시단에 등장. 그의 초기 시는 자연과의 친화, 교감이 주류가 되어 있.. 2017. 2. 7.
[시] 박두진 - 해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 2017.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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