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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144

[시] 보들레르 - 죽음의 기쁨 죽음의 기쁨 달팽이 기어다니는 진흑 당에 내 손수 깊은 구덩이를 파리라. 거기 내 늙은 뼈를 편히 쉬게 묻어 물 속의 상어처럼 망각 속에 잠들리라. 나는 유서를 꺼리고 무덤을 미워한다. 죽어 부질없이 남의 눈물을 바라느니보다 내 차라리 산채로 까마귀를 불러 더러운 뼈 마디를 쪼아먹게 하리라. 오, 구더기! 눈도 귀도 없는 어둠의 빛이여. 너 위해 부패의 아들, 방탕의 철학자. 기뻐할 불량배의 사자는 오도다. 내 송장에 주저 말고 파고 들어 죽음 속에 죽은, 넋없는 썩은 살 속에서 구더기여, 내게 물어라. 여태 괴로움이 남아 잇는가고. ※ 세기말의 이른바 데카당들은 "영혼의 고뇌"를 노래 했는데, 이 시는 그 중의 한 대표작이다. 이 시를 쓸 무렵의 작자는 "살아 있다는 것은 말뿐이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 2018. 1. 19.
[시] 보들레르 - 교감(交感) 교감(交感) 자연은 신전, 그 살아 잇는 기둥들에서 이따금 어렴풋한 말들이 새어 나오고, 사람은 상징의 숲들을 거쳐 거기를 지나가고, 숲은 다정한 눈매로 사람을 지켜본다. 멀리서 아련히 어울리는 메아리처럼 밤처럼 광명처럼 한없이 드넓은 어둡고도 깊은 조화의 품안에서 향기와 색채와 음향은 서로 화합한다. 어린애의 살결처럼 신선스럽고 오보에처럼 부들하며, 목장처럼 푸른 향기 어리고 - 또 한 펀엔 썩고 푸짐한 승리의 향기 있어. 용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스런 것으로 번져 나가서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한다. ※ 이 시에는 보들레르 미학의 본질적인 관념들이 내포되어 있다.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는 서로 교감하는 바, 물질 세계는 상징을 제공하며, 그것을 통해 정신세계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본 것.. 2018. 1. 19.
[시] 휘트먼 - 풀잎 풀 잎 한 아이가 두 손에 잔뜩 풀을 들고서 「풀은 무엇인가요?」하고 내게 묻는다. 내 어찌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 아이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필연코 희망의 푸른 천으로 짜여진 내 천성의 깃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것은 주님의 손수건이나, 하느님이 일부러 떨어뜨린 향기로운 기념품일 터이고, 소유자의 이름이 어느 구석에 적혀 있어, 우리가 보고서 「누구의 것」이라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추측하노니 ─ 풀은 그 자체가 어린아이, 식물에서 나온 어린아이일지 모른다. 또한 그것은 모양이 한결같은 상형 문자일 테고 그것은 럽은 지역에서나 좁은 지역에서도 싹트고, 흑인과 백인, 캐나다인, 버지니아인, 국회 의원, 검둥이,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주.. 2018. 1. 10.
[시] 휘트먼 - 내 여기 앉아 바라보노라 내 여기 앉아 바라보노라 내 여기 앉아 세상의 모든 슬픔과 모든 욕된 모욕을 바라보노라. 나는 젊은 사나이들이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뉘우쳐 우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가난하여 자식에게 학대받는 어머니가 굶주림에 죽는 것을 본다. 나는 남편에게 학대받는 아내를 보고 젊은 여인을 유혹하는 사나이를 본다. 나는 질투와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말미암은 고민과 그 일들이 남몰래 이루어짐을 주목한다 ─ 나는 그 모든 일들을 땅 위에서 본다. 나는 전투와 질병과 학정을 보고 ─ 순교자와 죄수들을 본다. 나는 바다의 굶주림을 관찰한다 ─ 남은 사람들이 연명을 위해 누가 죽을 것이냐 제비 뽑는 선원들을 관찰한다. 나는 노동자와 가난한 이와 흑인들에게 던져지는 오만한 사람들의 모욕을 본다. 이 모든 끝없는 더러움을 나는 바.. 2018. 1. 10.
[시] 휘트먼 - 마지막 기원 마지막 기원 마지막으로 상냥하게 견고한 성체의 담으로부터 단단한 자물쇠 고리 ━ 꽉 닫힌 문의 보존으로부터 나를 놓아 주십시오. 나로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이 전진하게 하여 주십시오. 자물쇠를 따는 부드러운 열쇠로 ━ 한 속삭임으로 문을 열게 하십시오, 오 영혼이여! ※ 휘트먼은 즐겨 연작 스타일, 구약성서의 시편 스타일로 인간 구가라고 할 감각의 르네상스를 계속 노래하였다. 그는 인류 전체를 대변한다고 하는 예언자 의식이 강했다. 월트 휘트먼 (Walt Whitman, 1819~1892) 미국의 시인.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소학교를 중퇴한 채 온갖 일을 다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다가 후에 저널리즘에 관계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마차꾼, 노동자들과 사귀었는데 이런 곳에서 그의 평등주의는 길러졌던 것이다. 18.. 2018. 1. 10.
[시] 테니슨 - 모랫벌을 건너며 모랫벌을 건너며 해는 지고 저녁별 빛나는데 날 부르는 맑은 목소리 내 멀리 바다로 떠날 적에 모랫벌아, 구슬피 울지 말아라. 끝없는 바다로부터 왔던 이 몸이 다시금 고향 향해 돌아갈 때에 움직여도 잔잔해서 거품이 없는 잠든 듯한 밀물이 되어 다오. 황혼에 울리는 저녁 종서리 그 뒤에 찾아드는 어두움이여! 내가 배에 올라탈 때 이별의 슬픔도 없게 해 다오. 이 세상의 경계선인 때와 장소를 넘어 물결이 나를 멀리 실어 간다 하여도 나는 바라노라, 모랫벌을 건넌 뒤에 길잡이를 만나서 마주 보게 되기를. ※ 워즈워스를 뒤이어 42년 동안 계관 시인의 자리에 있었고, 1884년에는 남작의 지위를 얻었고, 자연을 사랑하면서 84세의 나이로 죽은 테니슨이 죽음을 앞둔 때 지은 작품이다. 앨프래드 테니슨(Alfred .. 2017.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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