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348 [시] 이소희 - 그믐달 그믐달 누가 이 새벽에 슬픔 한 조각 도려내 저렇게 멀리 던졌을까 아침이 오자 산 너머로 꼬리를 감추고 있다. 2018. 11. 30. [시] 최은하 - 빈 의자 빈 의자 오늘도 찾아 나섭니다 비가 오나 눈보라가 치거나 노을이 가득 퍼져 내리는 참이거나 한 줄기 바람도 쉬어갈 빈 의자를 찾습니다. 빈 의자를 찾아내면 얼마 동안은 거기 앉았다가 그래, 언젠가는 나도 하늘 아래 빈 의자가 되어지이다. 2018. 11. 29. [시] 손해일 - 섬 안의 섬 섬 안의 섬 늘 섬 하나 품고 사네 내 안에 있어도 그리운 섬 닿을 수 없는 모래톱에 물새 발자국 한 찍고 꿈결에 다녀왓네 위턱구름 건들바람에 메밀꽃 살아이는 곳 내안에 있어도 그리운 섬 나도 모르는 나 2018. 11. 28. [시] 주명숙 - 꽃벗 꽃벗 벚꽃 그림 앞에 한참 머뭇기리던 아이가 '꽃벗' 이라고 쓴다 꾹꾹 눌러 쓰여진 두 글자가 제 풀에도 무안한지 슬며시 비뚤어졌다 제가 달아준 꽃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드나보다 아직 한글이 서툰 아이의 어깨가 으쓱하더니 또랑또랑 야무진 목소리로 '벚꽃' 이라고 읽는다 문득, 우주를 닮은 아이의 마당 안에 흐드러지게 꽃벗이 피어난다 벚꽃과 꽃벗이 화르르 번식중이다 이 깜직한 반란 앞에서 어린 시인에게 나는 또 한 수 배운다. 2018. 9. 14. [시] 이육사 - 절정 절 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어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2018. 9. 6. [시] 오든 - 나그네여 보라 나그네여 보라 나그네여, 보라 이 섬을 뛰노는 광선에 비쳐 그대를 즐겁게 하는 여기에 움직이지 말고 가민히 서 있어 봐라. 수로를 따라 출렁대는 바닷소리가 강물처럼 흘러 들어오리라. 이곳 작은 벌판 끝머리에 잠시 머루르리다. 백악(百堊)의 충벽을 내리질러 파도가 부서지고, 치솟는 암벽이 밀치고 닥치는 조수에 항거하는 이곳, 빨아들이는 파도를 따라 조약돌이 서로 뒤를 쫓고, 갈매기는 잠시 깍은 듯한 물결 위에 날개를 쉰다. 아득한 저편에 몇 척의 배가 물 위에 떠도는 씨앗처럼, 저마다 바쁜 일로 흩어져 간다. 이제 이 전경이 틀림없이 그대의 기억 속에 들어가 거기 생동하리라, 마치 거울 같은 항만을 흘러 온 여름 동안 바다 위를 산책하는 구름장과도 같이. ※ 이 시는 바닷가에서 느낀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2018. 4. 10.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5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