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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최영옥 - 그리움 그리움 오늘도 일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퍼내도 퍼내도 고이는 그리움을 어쩐답니까 어디선가 촤르르 별동별 쏟아지는 소리 이토록 깊어진 줄 정말 몰랐습니다 2019. 4. 17.
[시] 장만수 - 들깨밭 들깨밭 비탈길 옆 자리 잡은 땅뙈기는 강산 골에 굽은 등 기다리고 밭 귀퉁이에 지팡이 짚고 들어선 어머니가 들깨를 끌어안는다 자신의 몸보다 더 웃자란 들깨를 끌어안고 이리저리 비벼댄다 산그늘로 땀 쓰윽 닦아내고 골 깊은 주름 사이에 보고픔 그리더니 기다린 몸뚱어리 내리치고 또다시 내리치면 파르르 떨던 아릿함마저 비명 쏟아낸다 가슴에 쌓이 ㄴ알맹이들이 정에 사무치고 어깨에 앉은 그리움이 먼 곳 바라보다 미소 머금은 채 노을 속을 걷고 있다. 2019. 4. 12.
[시] 김광규 - 밤 눈 밤 눈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을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2019. 4. 11.
[시] 김수영 - 폭포 폭포 폭포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사이없이 떨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드시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이진다. 2019. 4. 10.
[시] 권달웅 - 겸상 겸상 메밀묵이 먹고 싶다. 달빛 같은 메밀향이 그립다. 어수룩하고 구수한 맛이 그립다. 메밀가루를 물대중하여 서서히 저어 굳힌 메밀묵. 은근히 당기는 맛이 좋다. 없어도 있는 듯한 말랑하고 야들야들한 맛. 달밤 다듬이 소리처럼 아련한 그리움이 스민 메밀묵. 눈 내리는 밤 온돌방에서 눈물 많은 친구를 만나 겸상해 메밀묵을 먹고 싶다. 2019. 4. 9.
[시] 강철옥 - 관곡지 연꽃 관곡지 연꽃 연, 연처럼 날지 못해 현인 품에 만 리 길 못에서 이어온 고결한 품격 청사에 남아 너를 바다 모른 채 떠돌다 떠돌다 다시 핀 그 자리 실타래보다 긴 이야기 꽃대로 솟았다 2019.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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