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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광섭 -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2016. 11. 10.
[시] 이육사 - 황혼 황 혼(黃昏)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 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 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 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 2016. 11. 7.
[시] 이육사 - 절정 절 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끓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유고 시집에 실려 있는 이 시 역시 배경은 중국 대륙이다. 이 대륙을 무대로 하여 극한 상황에 이른 조국의 현실을 개탄하고 스스로 자신의 절망적 감정을 표출한 이 시는 표현상에서 기 · 승 · 전 · 결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상징적 표현 수법으로 주제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는데 주제는 일제하의 극한 상황이다. 이육사 (李陸史 1904~1944) 본명은 원록(原祿). 통명(通名)은 활(活). 경북 안동 출생. 북경군과 학교를 거쳐, 북경 대학 사회학과 .. 2016. 11. 7.
[시] 이육사 - 청포도(靑葡萄) 청포도(靑葡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1939년 8월 '문장'지에 발표된 육사의 대표적 서정시로 알려진 작품이다. 황토색 짙은 시어로 순수성과 시적 인식이 뛰어나면서도, 민족의 수난을 채색하여 끈질긴 민족의 희망을 시화한 이 작품의 주제는 신선산 동경과 기다림이라 하겠다. 이육사 (李陸史 1904~1944) 본명은 원록(原祿). 통명.. 2016. 11. 7.
[시] 이육사 - 광야 광 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 시는 1946년에 발간되어 유고 시집인 '육사 시집'에 실린 작품으로, 이 시의 경향은 상징적 · 서정적이며 짜임은 5연으로 된 자유시다. 이 시는 육사가 일제의 압정이 싫어 중국 대륙의 여기 저기를 방랑하면서 생활하던 1930년 이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대륙의 광야에서 조국의 .. 2016. 11. 7.
[시] 김동환 - 산너머 남촌에는 산너머 남촌에는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풀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에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 7 · 5조의 음수율을 사용한 정형시로서 이른봄의 서정이 짙게 깔려 있는 저자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김동환(金東煥 1951 ~ ? ) 시인, 함북 경성 태생. 호 파인, 서울 중학교를 거쳐 일본 도쿄의 도요(東洋)대학 문과를 수업했다. 한국 신시(新詩) 운동에 있어서 최초의 서사시(敍事詩)를 .. 2016.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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