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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구르몽 - 눈 눈 시몬, 눈은 그대 목처럼 희다 시몬, 눈은 그대 무릎처럼 희다. 시몬, 그대 손은 눈처럼 차갑다. 시몬, 그대 마음은 눈처럼 차갑다. 눈은 불꽃의 입맞춤을 받아 녹는다. 그대 마음은 이별의 입맞춤에 녹는다. 눈은 소나무 가지 위에 쌓여서 슬프다. 그대 이마는 갈색 머리칼 아래 슬프다. 시몬, 그대 동생인 눈은 안뜰에 잠잔다. 시몬, 그대는 나의눈, 또한 내 사랑이다. ※ 구르몽은 1892년 나이 34세 때 '시몬'이라는 시집을 간행하였다. 이 시는 그 중의 한 편. 여성에 대한 작자의 강한 정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구르몽(Remy de Gouurmont, 1859~1915)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잡지의 편집일에 관여하여 우수한 문예 비평으로써 문단을 이끌었다. 그의 작품 '오락시집'은, 평.. 2015. 4. 27.
[시] 릴케 - 오 주여 각 사람에게 고유한 죽음을 주십시오 오 주여 각 사람에게 고유한 죽음을 주십시오 오 주여, 각 사람에게 알맞은 죽음을 주십시오. 각자가 사랑과 의미와 팽배한 고뇌를 살아온 그 삶에서 결실되는 죽음을 주십시오. 우리는 한갓 과일 껍질과 나뭇잎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람들 각자가 내부에 품고 있는 위대한 사상은 바로 알맹이, 일체의 중심인 것입니다. 이 과일을 위하여 소녀들은 나무처럼 하나의 거문고 속에서 출현해 나오고 그녀들 자신이 어른이 되기를 기도드리고 있으며 그리고 여자들은 성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느 타인에게도 주어지지 않는 불안에 익슥한 사람들 입니다. 이 과일을 위해 한 번 본 것이 설령 지나가 버렸어도 그것은 영원한 것인 양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또 조립하고 있는 누구인가가 그 과일을 감싼 세계가 되어.. 2015. 4. 27.
지센 - 배 배 저 배 바다를 산보하고난 여기 파도 흉용(洶湧)한 육지를 항행한다.내 파이프 자옥이 연기를 뿜으면나직한 뱃고동, 남저음 목청. 배는 화물과 여객을 싣고,나의 적재 단위는"인생"이란 중량. 지센(紀弦, 1923~?) 중국의 시인. 그의 본명은 루위. 시집 '빈랑수집'이 있다. 2015. 4. 27.
[시] 브라우닝 -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부디 '미소 때문에, 미모 때문에, 부드러운 말씨 때문에, 그리고 또 내 생각과 잘 어울리는 재치있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그런 날엔 나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을 주었기 때문에 저 여인을 사랑한다'라고 말하지 마세요. 이러한 것들은, 임이여! 그 자체가 변하거나 당신을 위해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그렇게 짜여진 사랑은 그렇게 풀려 버리기도 합니다. 내 뺨의 눈물을 닦아 주는 당신의 사랑스런 연민으로도 날 사랑하진 마세요. 당신의 위안을 오래 간직했던 사람은 우는 것을 잊게 되고 그래서, 당신의 사랑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날 사랑해 주세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당신이 사랑을.. 2015. 4. 27.
[시] 윤동주 -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 2015. 4. 27.
[시] 프로스트 - 겨울날 해질녘에 새를 찾으며 겨울날 해질녘에 새를 찾으며 서산에 황금빛 노을 사라져가고 공기의 숨결이 싸늘히 죽어갈 때 흰 눈 밟고 집에 돌아오면서 새 한 마리를 본 듯했다. 여름철 그곳을 지나면서 발을 머추고 고개 들어 쳐다보았다. 천사 같은 목소리로 새 한 마리가 빠르고 감미롭게 노래하고 있었다. 이제 나무엔 노래하는 새 없고, 잎새 하나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나무를 두 번 돌아 봤지만 보이는 건 잎새뿐이었다. 언덕 위에 서서 내려다보며 수정처럼 투명한 이 냉기가 금 위에 도금을 하듯 드러나지 않게 눈 위에 서리를 입힐 따름이라 생각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구불구불 뭇으로 그린 양 구름인가 연기인가 길게 걸려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별 하나 파들대며 떨고 있었다. 프로스트(Robert Frost, 1875~.. 201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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