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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167

[시]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는 않구나.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아주까.. 2016. 10. 6.
[시] 김희자 -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연둣빛 봄 처녀들두레박 소리 분주하다 새들은 기재개 켜며새싹들과 입 맞추고 실개천 그림자를 끌고 와강물에 푸는 소리 2016. 10. 6.
[시] 김동명 - 진주만 진주만 아득히 감람(紺藍) 물결 위에 뜬한 포기 수련화. 아름다운 꽃잎 속속들이동방 역사의 새 아침 깃들여······ 그대의 발길에 휘감기는 것은 물결이냐, 또한 그리움이냐,꿈은 정사(征邪)의 기폭(旗幅)에 싸여 진주인 양 빛난다. 아득한 수평선으로 달리는 눈동자거만한 여왕같이 담은 입술에도 그대의 머리카락 가락에도태풍은 머물러······ 때로 지그시 눈을 감으나,그것은 설레는 가슴의 드높은 가락이어니. 알뜰히도 못잊는 꿈이기에 그대는더 화려한 구슬로 목걸이를 만들고 싶었구나. 그러나 '때'는 그대의 사치스런 환상 위에언제까지나 미소만을 던지지는 않았다. 드디어 운명의 날은1941년도 다 저물어 12월 8일. 아하, 이 어찐 폭음이뇨, 요란한 푹음 소리!듣느냐, 저 장쾌한 세기의 멜로디를! 저 푸른 물결.. 2016. 10. 1.
[시] 김동명 - 내 마음은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저어오오.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나의 밤을 새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그대를 떠나오리다. ※ 1937년 6월 '조광' 3권 6호에 발표된 시로, 가곡으로 작곡되어 널리 애창되고 있는 4연의 서정시다. 경향면에서는 낭만주의 시며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비유와 상징이 풍부하게 활용되고 있다. 제 1연에서는 사랑의 환희, 제 2연에서는 사랑의 정열, 제 3연에서는.. 2016. 10. 1.
[시] 김동명 - 파초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 1936년 1월호 '조광'에 발표. 그의 제2시집 '파초(1938)'의 표제가 된 전원적 서정시다. 시의 경향은 전원적·애국적이며 5연으로 된 자유시다. 표현상의 특징은 남국을 고향으로 하는 파초가 고향을 떠나 외롭게 사는 이 열대 식물을 의인화하여 망국의 슬픔 속에 사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연상적 수법으로 망국민의 한을 파초에게 감정이입하여 쓴 시다. 이 시의 주제는 잃어버린 조국에.. 2016. 10. 1.
[시] 홍사용 -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십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님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맨 처음으로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드린 말씀은, "젖주세요"하는 그 소리였지요마는,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이어 주신 어머니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 2016.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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