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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167

[시] 문태준 - 꽃 진 자리에 꽃 진 자리 생각한다는 것은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2020. 3. 31.
[시] 고영 - 탈모 탈모 살아생전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님이 하늘 정원에 꽃나무를 심으시나 보다 자꾸 내 머리카락을 뽑아가신다 2019. 10. 10.
[시] 박헌정 - 좀도리 쌀 좀도리 쌀 좀도리 쌀이 있다. 밥 지을 때 한 줌씩 덜어놓는 쌀. 퇴근길, 내 마음의 좀도리를 덜어놓는다. 서러운 날 한 줌, 기쁜 라에도 한 줌, 아무 느낌 없는 날에도 스르르 한 줌, 그렇게 열심히 좀도리를 모았다. 내 청춘 굽어지고, 힘들고 힘들어 눈물 핑 돌 때까지. 오늘, 바람 부는 월의 퇴근길, 술 한 잔에 문득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새벽마다 갈무리 한 좀도리는, 지금의 나를 키워준 좀도리는, 그 꼬부라진 평생 동안 몇 줌이었을까. 나는 오늘도 좀도리 쌀 한 줌을 벌었다. 2019. 9. 23.
[시] 조윤재 - 기대 기대 서로 베고 있었죠 당신은 내 어깨 나는 당신 정수리 사람인(人) 모습이었을 거예요 같은 역 내릴 때 걸음 서두른 건 내 심장 소리를 들킬까봐서요 그런데 이를 어째 그 떨림에 맞춰 걸은 걸 당신 혹시 알아챘을까 다시 발개지는 볼 2019. 5. 28.
[시] 장정순 - 관계 관계 네 마음에 내가 들어가는 일 내 마음에 너를 들여놓는 일 화단에 꽃 심듯 헤집으며 아플 수도 있는 일 눈 녹고 시린 바람 지나간 날 봄비에 젖듯이 스며 풀꽃 한 송이 피우듯 작은 꿈 하나 마주 보며 웃을 수도 있는 일 2019. 5. 27.
[시] 장순하 - 첫 눈 첫 눈 산으로 난 오솔길 간밤에 내린 첫눈 노루도 밟지 않은 새로 펼친 화선지 붓 한 점 댈 곳 없어라 가슴 속의 네 모습 2019.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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