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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167

[시] 오형근 - 비 갠 후 비 갠 후 윗가지에 매달려 있던, 마지막 남은 빗방울이 눈꺼풀 감기듯 떨어지자 바로 아래, 곧바로 빗방울 맞는 대추는 몇 번을 대롱대다 겨우 조용, 조용 대추는 아직 푸르네 2020. 6. 4.
[시] 감태준 - 잇자국 잇자국 사과를 한입 베어 씹다가 사과 속살에 깊게 패인 잇자국을 보고 미안했으리 동글동글하게 살온 사과의 일생에 구덩이를 팠으니!? 2020. 4. 2.
[시] 구상 - 오늘 오늘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짜기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2020. 4. 2.
[시] 나호열 - 당신에게 말걸기 당신에게 말걸기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2020. 4. 1.
[시] 이영광 - 사랑의 발명 사랑의 발명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2020. 4. 1.
[시] 이성선 - 별을 보며 별을 보며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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