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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382

[시] 나호열 - 당신에게 말걸기 당신에게 말걸기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2020. 4. 1.
[시] 이영광 - 사랑의 발명 사랑의 발명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2020. 4. 1.
[시] 이성선 - 별을 보며 별을 보며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2020. 3. 31.
[시] 문태준 - 꽃 진 자리에 꽃 진 자리 생각한다는 것은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2020. 3. 31.
[시] 고영 - 탈모 탈모 살아생전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님이 하늘 정원에 꽃나무를 심으시나 보다 자꾸 내 머리카락을 뽑아가신다 2019. 10. 10.
[시] 박헌정 - 좀도리 쌀 좀도리 쌀 좀도리 쌀이 있다. 밥 지을 때 한 줌씩 덜어놓는 쌀. 퇴근길, 내 마음의 좀도리를 덜어놓는다. 서러운 날 한 줌, 기쁜 라에도 한 줌, 아무 느낌 없는 날에도 스르르 한 줌, 그렇게 열심히 좀도리를 모았다. 내 청춘 굽어지고, 힘들고 힘들어 눈물 핑 돌 때까지. 오늘, 바람 부는 월의 퇴근길, 술 한 잔에 문득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새벽마다 갈무리 한 좀도리는, 지금의 나를 키워준 좀도리는, 그 꼬부라진 평생 동안 몇 줌이었을까. 나는 오늘도 좀도리 쌀 한 줌을 벌었다. 201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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