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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167

[시] 김동환 - 북청 물장수 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솨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 이 시는 1925년 3월에 발간된 그의 시집 '국경의 밤'에 수록된 작품으로 북청이란 한 특정 지역의 새벽 물장수를 소재로 하여 - 물소리, 물지게 소리, 아침마다 기다리는 마음- 참으로 한 지방의 서정적 생활상과 아련한 향수를 따뜻하게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 시의 시풍은 향토적, 서정적이다. 3연으로 구성된 이 시의 표현상의 특색은 별다른 기교가 없으면서도 감동적인 점과 뛰어난 시적 표현으로 독자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데.. 2016. 11. 1.
[시] 주요한 - 아기의 꿈 아기의 꿈 벌써 어디서 다드미 소리가 들린다. 별이 아직 하나밖에 아니 뵈는데, 달빛에 노니는 강물에 목욕하러 색시들이 강으로 간다. 바람이 간다. 아기의 졸리는 머릿속으로,. 수수밭에 속삭이는 소리를 아기는 알아 듣고 웃는다. 아기는 곡조 모를 노래로 대답한다. 어머님이 아기 잠을 재우려 할 적에. 어머님이 사랑하는 아기는 이제 곧 잠들겠습니다. 잠들어서 이불에 가만히 뉘인 뒤에, 몰래 일어나 아기는 나가겠습니다. 나가서 저기 꿈 같은 흰 들길에서 그이를 만나 어머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머님은 아기가 잘도 잔다 하시고, 다림질한 옷을 풀밭에 널러 아기의 웃는 얼굴에 입맞추고 나가시겠지요. 그럴 적에 아기는 앞강을 날아 건너, 그이 계신 곳에 가 보겠습니다. 가서 그이에게 어머님 이야기를 하.. 2016. 10. 31.
[시] 주요한 - 빗소리 빗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이 시는 1924년 1월호 '폐허이후'지에 발표된 시로서, 시의 경향으로는 감각적, 서정적이며 4연으로 된 자유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봄비를 '병아리' '다정한 손님' 등의 적절한 직유를 써서 현대시 작법의 수법을 쓰고 있다. 또 여기에 공감적인 표현도 보인다. 이 시의 주제는 봄비를 맞는 기쁨.. 2016. 10. 31.
[시] 주요한 - 불놀이 불놀이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西便) 하늘에 외로운 강물 위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밀어가는 사람 소리…….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위에서 나려다 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며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우에 내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임 생각에 살.. 2016. 10. 31.
[시] 주요한 - 봄 비 봄 비 봄비에 바람 치어 실같이 휘날린다 종일 두고 뿌리어도 그칠 줄 모르노네 묵은 밭 새옷 입으리니 오실대로 오시라 목마른 가지가지 단물이 오르도록 마음껏 부리소서 스미어 들어소서 말랐던 뿌리에서도 새 싹 날까 합니다. 산에도 나리나니 들에도 뿌리나니 산과 들에 오시는 비 내집에는 안 오시랴 아이야 새밭 갈아라 꽃 심을까 하도라 개구리 잠 깨어라 버들개지 너도 오라 나비도 꿀벌도 온갖 생물 다 오너라 단 봄비 조선에 오나니 마중하러 걸거나 ※ 이 시의 주제는 "봄비에 대한 축원과 희열"이며 구성은 4수 1편의 평시조이다. 이 시조의 특징은 동식물을 의인화했으며 당시의 시조가 대상의 묘사에만 충실 했음에 비해 이 시조는 객체를 내면(內面)으로 끌어 들여 주관화된 정서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주요한(朱耀翰 .. 2016. 10. 31.
[시] 이은상 - 가고파 가고파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 보나 내 몫엔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 201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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