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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167

[시] 이육사 - 청포도(靑葡萄) 청포도(靑葡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1939년 8월 '문장'지에 발표된 육사의 대표적 서정시로 알려진 작품이다. 황토색 짙은 시어로 순수성과 시적 인식이 뛰어나면서도, 민족의 수난을 채색하여 끈질긴 민족의 희망을 시화한 이 작품의 주제는 신선산 동경과 기다림이라 하겠다. 이육사 (李陸史 1904~1944) 본명은 원록(原祿). 통명.. 2016. 11. 7.
[시] 이육사 - 광야 광 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 시는 1946년에 발간되어 유고 시집인 '육사 시집'에 실린 작품으로, 이 시의 경향은 상징적 · 서정적이며 짜임은 5연으로 된 자유시다. 이 시는 육사가 일제의 압정이 싫어 중국 대륙의 여기 저기를 방랑하면서 생활하던 1930년 이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대륙의 광야에서 조국의 .. 2016. 11. 7.
[시] 김동환 - 산너머 남촌에는 산너머 남촌에는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풀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에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 7 · 5조의 음수율을 사용한 정형시로서 이른봄의 서정이 짙게 깔려 있는 저자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김동환(金東煥 1951 ~ ? ) 시인, 함북 경성 태생. 호 파인, 서울 중학교를 거쳐 일본 도쿄의 도요(東洋)대학 문과를 수업했다. 한국 신시(新詩) 운동에 있어서 최초의 서사시(敍事詩)를 .. 2016. 11. 1.
[시] 김동환 - 국경의 밤 제3부 국경의 밤 제3부 61장 처녀(妻女)는 하들하들 떠는 손으로 가리운 헝겊을 벗겼다,거기에는 선지피에 어리운 송장 하나 누웠다."앗!"하고 처녀(妻女)는 그만 쓰러진다,"옳소, 마적에게 쏘였소, 건넛마을서 에그"하면서차부도 주먹으로 눈물을 씻는다.백금 같은 달빛이 삼십 장남인마적에게 총 맞은 순이 사내 송장을 비췄다.천지는 다 죽은 듯 고요하였다. 62장 "그러면 끝내 - 에그 오랫던가"아까 총소리, 그 마적놈, 에그 하나님 맙소서!강녘에선 또 얼음장이 갈린다,밤새 길 게 우는 세 사람의 눈물을 얼리며 -" 63장 이튿날 아침 -해는 재듯이 떠 뫼고 들이고 초가고 깡그리 기어오를 때멀리 바람은간도 이사꾼의 옷자락을 날렸다. 64장 마을서는,그때굵은 칡베 장삼에 묶인 송장 하나가여러 사람의 어깨에 메이어 나.. 2016. 11. 1.
[시] 김동환 - 국경의 밤 제2부 국경의 밤 제2부 28장 멀구 광주리 이고 산기슭을 다니는마을 처녀떼 속에,순이라는 금년 열여섯 살 먹은 재가승(在家僧)의 따님이 있었다.멀구알같이 까만 눈과 노루 눈썹 같은 빛나는 눈초리,게다가 웃울 때마다 방싯 열리는 입술,백두산 천지 속의 선녀같이 몹시도 어여뻤다.마을 나무꾼들은누구나 할 것 없이 마음을 썼다.될 수 있으면 장가까지라도! 하고총각들은 산에 가서 '콩쌀금'하여서는 남몰래 색시를 갖다주었다.노인들은 보리가 설 때 새알이 밭고랑에 있으면 고이고이 갖다주었다.마을서는 귀여운 색시라고 누구나 칭찬하였다. 29장 가을이 다 가는 어느 날 순이는멀구 광주리 맥없이 내려놓으며 아버지더러,"아버지, 우리를 중놈이라고 해요, 중놈이란 무엇인데""중? 중은 웬 중! 장삼입고 고깔 쓰고 목탁 두다리면서 .. 2016. 11. 1.
[시] 김동환 - 국경의 밤 제1부 국경의 밤 제1 부 1장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이 한밤에 남편은두만상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외투 쓴 검은 순사가왔다 - 갔다 -오르명내리명 분주히 하는데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놓고밤새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물레 젓는 손도 맥이 풀어져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 등잔만 바라본다.북국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가는데. 2장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나오는 듯'어-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촌민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처녀(妻女)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영림창 산림실이 화부(花夫)떼 소리언만. 3장 마지막 가는 병자의 부르짖은 같은애처로운 .. 2016.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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